편집자 註: 유교신문에서는 이번 주 부터 격주로 최보기 작가의 칼럼을 게재한다. 최 작가는 고려대학교를 나와 작가이자 시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넘나들며 특유의 해학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유교신문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대청마루에서 내다보이는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온다. ‘에구, 비가 오려나?’ 혼잣말을 하시던 어르신께서 “아가, 비 온다. 빨래 걷어라!” 크게 소리를 치신다. 아가는 며느리고 어르신은 시아버지다. 3대, 4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살던 게 일반적이던 시절 TV에서 인기를 끌었던, 대부분 독자께서도 기억하실 상품 광고의 한 장면이다. ‘어느 구름에 비 들어있는지 모른다’는 속담도 있는데 시아버지는 어떻게 비가 올 것을 알았을까? 날이 궂으면 관절통이 도진다는 속설 때문이라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 겪은 바로는 동네 어르신들께서 바람, 습도, 구름의 색깔과 높이 등을 종합해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판단한 ‘감각적 일기예보’였다. 공자께서는 ‘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을 말씀하셨다. ‘과거를 익혀 새로운
공자는 논어에서 “명불정즉언불순(名不正則言不順)”이라 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바로 설 수 없고, 말이 바로 서지 않으면 질서 또한 무너진다는 뜻이다. 유교의 정명(正名) 사상은 단순한 철학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 지위와 역할이 일치해야 공동체가 유지된다는 질서의 원칙이다. 최근 스타벅스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한국 자본시장이 오랫동안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들게 만들고 있다. “실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구이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논란 이후 스타벅스코리아의 대주주인 이마트 주가는 지난 15일 종가 10만2500원에서 22일 9만500원까지 하락했다. 약 일주일 만에 12% 가까운 하락이다. 시가총액으로는 약 3000억 원 이상이 증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단순 이벤트 논란이 아니라 그룹 전체 브랜드 가치와 ESG 리스크 훼손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역사 인식 논란과 정치적 해석까지 겹치며 기업 이미지 훼손이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2025년 7월 시행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사는 이제 단순히 회사만이 아
6·3 지방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용인특례시장 선거가 정책 경쟁보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기울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후보 캠프의 잇따른 의혹 제기에서 두드러진다. 현 후보 측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후 국민의힘 이상일 후보를 겨냥한 성명을 연이어 내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1일 합동 출정식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비판이 전면에 배치됐고, 이어 23일에는 캠프 명의의 공식 성명을 통해 의혹 제기의 범위를 넓혔다. 이상일 후보 캠프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 후보 측은 현 후보 캠프의 주장을 “사실관계를 왜곡한 정치적 억지”라고 규정하는 한편, 현 후보 측의 SNS 홍보 방식까지 문제 삼으며 맞대응했다. 선거판은 자연스럽게 의혹 제기와 반박, 재반박의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 그 사이 정작 용인 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은 뒤로 밀리고 있다.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조성, 광역교통망 확충, 교육 인프라 구축, 생활권별 교통 불균형 해소 등 110만 용인 시민이 묻고 싶은 의제는 적지 않다. 그런데 선거의 중심에는 정책 설명보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공세가 먼저 놓이고 있다. 문제는 현 후보 본인의 공약을 둘러싸고도 지역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며 금융 규제의 고삐를 죄는 국가 앞에서, 누군가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고 누군가는 회사 복지라는 이름으로 수억 원대 저금리 주택자금에 접근한다. 삼성전자의 사내 주택대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은 그래서 단순한 기업 복지 문제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동안 부동산 투기 근절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이 불평등과 절망을 키우고, 빚을 통한 투기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꺾는다는 문제의식이다. 정부 정책 방향도 이와 맞닿아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이유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 총량 관리는 실수요자의 대출 가능 금액을 직접 제한한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내 집 마련의 문턱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정부 정책과의 엇박자다.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서민과 실수요자의 대출 문턱을 높이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대기업 임직원에게 수억 원대 저금리 주택자금이 제공된다면 형평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기업 복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이 본격 적용되면서 교육 현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수능 체제 변화와 고교 내신 5등급제 전환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새로운 준비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가 안내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의 핵심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춘 통합형 수능 체제, 그리고 내신 5등급 체제다. 기존처럼 점수와 등급만으로 학생을 세밀하게 가르는 방식에는 일정한 변화가 생긴 셈이다. 이 변화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이 학생부종합전형, 이른바 ‘학종’이다. 내신의 촘촘한 변별력이 약해질수록 대학은 학생이 어떤 과목을 선택했고, 수업 안에서 어떤 질문을 던졌으며, 그 배움을 어떻게 확장했는지를 더 자세히 보게 된다. 결국 대입의 중요한 열쇠는 학교생활기록부, 즉 생기부에 담긴 학생의 성장 기록으로 모아진다. 생기부는 단순한 활동 목록이 아니다. 한 학생이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생각을 넓혔으며, 어떤 방향으로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교육 기록이다. 좋은 생기부는 많이 한 기록이 아니라 깊이 배운 기록이다. 활동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흐름이다. 수업에서 출발한 질문이 독서와 탐구로 이어지고, 다시 자신의 진로와 문제의
19일, MBC 방송을 통해 故 탁명환 소장의 삶과 죽음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사교(邪敎)의 실체를 추적하다 흉기에 쓰러진 그의 생애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언론과 지식인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진실을 향한 펜은 어디까지 감당해야 하는가. 불의 앞에서 글 쓰는 사람은 어디까지 물러서지 않아야 하는가. 탁명환 소장은 1937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1960년대 중반 개신교계 신문사에 몸담으며 신흥종교 연구에 발을 들였다. 이후 그는 평생을 사이비·이단 문제 연구와 고발에 바쳤다. 이는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었다. 뜻을 세우고 그 뜻을 삶으로 밀고 간 입지(立志)의 길이었다. 그는 『기독교이단연구』를 비롯해 다수의 저서를 남겼고, 강연과 세미나를 통해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실태를 꾸준히 알려왔다. 공자는 정명(正名)을 중시했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순조롭지 않고, 말이 순조롭지 않으면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탁 소장의 평생 과업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거짓과 기만을 벗겨내고, 그 실체를 사회 앞에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그의 연구는 책상 위에 머물지 않았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계
"과거 이언주가 의원 후보 시절 동백을 부산이라고 얘기한 거와 비슷한 수준의 발언이, 흥덕이 용인이냐라고 말한 거랑 비슷한 거쥐 ㅋ" 6·3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용인 구성·동백·죽전 주민 온라인 대화방에 올라온 이 문장은 더불어민주당 현근택 용인특례시장 후보를 향한 지역 민심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논란의 핵심은 ‘흥덕’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 후보가 ‘한국장애인부모회 용인시지부’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기흥구 흥덕지구가 용인시 관할인지 여부를 동석자에게 되물었다는 전언(傳言)이 퍼졌다. 해당 내용은 후보 측의 공식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이미 차갑다. "후보로 나오신 분이 흥덕이 용인인지도 모르는 상태라니....ㅜㅜ 죽전에서는...동백신봉선 어려울 거라고까지 얘기하셨다는데...." "이번 시장 후보로 나오신 분은 너무 공부를 안 하신 거 같아 속상하네요." "아무리 전략공천지라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우리를 무시해도 정도껏이지"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불편한 기색이 감지된다. 한 주민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 빼고 계속 민주당을 지지했던 1인이지만, 이번처럼 이토록 민주당에 실망한 적이 있나 싶네요. 이번 동백에서 주민과
얼마 전 지하철 안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했다. 타고가는 내내 광고판에서 '메가스터디 수학 강사 현우진'이 나왔다. 지하철 객실 안 광고는 무심코 시선을 두게 되는 공간이다. 출근길 시민, 등교하는 학생, 학원가로 향하는 수험생들이 같은 칸 안에서 같은 광고를 본다. 입시철마다 지하철 안에는 이른바 ‘1타 강사’들의 얼굴과 문구가 걸린다.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그 얼굴은 단순한 광고 모델이 아니다. 성적 향상, 합격 가능성, 불안 해소를 상징하는 일종의 약속처럼 소비된다. 그런데 그 광고 앞에서 기자는 잠시 시선을 거두기 어려웠다. 현우진은 현재 수능 관련 문항 거래 의혹으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들에게 금품을 건네고 수능 관련 문항을 제공받았다고 보고 기소했다. 현우진 측은 혐의를 부인하며 정당한 계약에 따른 거래였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직 유죄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따라서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재판은 진행 중이고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릴 일이다. 다만 수능의 공정성을 둘러싼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 여전히 수험생을 향한 광고의 전면에 서 있는 장면은 가볍게 지나치기 어려웠다.
"눈만 뜨면 네거티브를 하는 후보와, 입이나 글로 제 얼굴에 침 뱉기식의 유치하고 저급한 말들을 하는 국회의원은 '부끄러움을 알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성찰하기를 바란다" 지난 17일 봉축행사장에 참석한 국민의힘 이상일 용인시장 후보가 남긴 말이다. 이 후보는 "선거로 갈수록 거칠어지는 시점인 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이 후보들이나 유권자들의 마음에 깊이 새겨지길 소망한다"고도 했다. 직접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으나, 향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국회의원이다. 발단은 코리안오페라단이 주최·주관하고 용인시가 후원한 '제2회 파크콘서트: 동백(동서양이 만나는 음악, 백 가지의 여운)' 행사였다. 그날 저녁 동백 호수공원 야외 무대에서 성악가들과 (현근택 민주당 후보도) 함께 무대에 오른 이상일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 것이 불씨가 됐다. 이상식 의원은 이를 즉각 SNS에 올리며 "자승자박이 될 이상일의 얕은 재주 자랑"이라는 제목 아래 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이상일 후보를 향해 "얕은 재주나 부리는 시답잖은 정치인"이라고 규정했다. 선거법 위반 여부는 선관위가 판단할 몫이다. 그럼에도 기자가 주목하는 것은 법리(法理)가 아니라
서울 강남 한복판 지하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삼성역 사거리에서 봉은사역까지 약 1km 구간을 잇는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1조7000억 원. 연면적은 약 17만㎡로 잠실야구장 30개 크기에 이른다. 그 지하 가장 아래, GTX 열차가 지날 지하 5층 승강장 구간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3공구 200m 구간의 콘크리트 기둥 80개에서 핵심 뼈대인 주철근이 설계보다 절반가량 적게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둥은 높이 8m, 가로·세로 약 1m 규모의 대형 사각기둥이다. 지름 29~32㎜ 굵기의 주철근이 두 개씩 한 묶음으로 들어가야 했지만, 실제 시공에서는 한 개씩만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기둥 한 개당 적게는 24개, 많게는 36개의 철근이 빠졌고, 전체 누락 규모는 약 2,570개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측은 MBC에 “도면을 해석하는 데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자체 조사 과정에서 시공 오류를 발견해 서울시에 자진 신고했고,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히 보강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다만 이 해명은 사안을 가볍게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