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서림공원 단군전에서는 매년 개천절이면 단군성조를 기리는 제향이 엄숙히 이어진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뜻을 되새기고, 민족의 시원을 기리는 이 의식은 지역을 넘어 우리 모두의 정신적 뿌리를 확인하는 자리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 앞에서 우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 단군은 과연 ‘진짜’인가? 지금 단군전에 모셔진 존영은 모사본이다. 해남향교에 보관된 것 역시 모사본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 모든 것의 출발점에는 1914년 이종철 선생이 황해도 구월산 삼성사에서 가져온 단군 존영이 있었다. 폐허 속에 방치돼 있던 그 존영은 마을 제향의 중심이 됐다. 광복 이후에는 공적 공간으로 옮겨졌고, 오늘의 단군전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처음의 그림’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확인된 기록은 없다. 언제 훼손됐는지, 언제 사라졌는지, 누가 관리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다만 1950년대 어느 시점, 훼손된 원본을 대신해 모사본이 제작됐다는 증언만 전해질 뿐이다. 이쯤 되면 단순한 아쉬움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분명한 공백이다. 단군 존영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민족의 기원을 상징하는 상징물이다. 더구나 북한 지역에서 유래해
성두 김두호 성균관 원임 전인·원임 윤리위원·원임 감사 오월은 따스한 정을 필요로 하는 아름다운 계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온기가 넘쳐나는 사랑의 달 부모와 자식, 자식과 부모 부모는 스승이고 자식은 자랑입니다 우리들의 스승이신 부모님은 늘 저 멀리를 내다봅니다 우리 아이가 지치지 않을까, 넘어지지 않을까를 염려하시면서 혹시라도 경쟁에서 낙심할까 일어서지 못할까를 근심하십니다 아버지의 묵직한 사랑은 비록 겉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깊은 사랑을 품고 계십니다 어머니의 아름다운 희생은 늘 자식에 대한 깊은 정을 우선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자식이 아버지를 닮고 어머니를 닮은 것에 대한 이유는 없습니다 부모는 자식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전부입니다 다 해주고도 부족한 게 없는가를 염려하는 게 우리 부모님의 심중(心中)입니다 그러나 우리 자식들은 말합니다 내가 필요로 할 때마다 내 곁에 없었다는 걸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그 시간에, 그 날에, 그 부모님 내 곁에 없었음은 내가 그 부모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알게 됩니다 바로 그 부모님의 희생 위에 내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을요 자식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고단한 삶을 살고 계신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참가자들이 극한의 공포 속에서 아수라장이 된 순간 “이러다 다 죽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온다. 허구의 대사이지만, 지금 중동을 바라보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 충돌이 길어질수록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전쟁은 늘 명분으로 시작되지만, 끝은 대개 통제 밖에서 무너진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이번 군사행동은 제한적 작전으로 설명됐다. 그런데 전쟁은 이름을 바꾼다고 성격까지 달라지지 않는다. 작전이라 부르든, 억제라 부르든, 무력이 오가는 순간 확전의 위험은 이미 시작된다. 파장은 결코 제한적이지 않다. 충돌이 길어질수록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전선이 아니다. 사람들의 일상이다. 병원과 학교, 시장과 가정이 흔들리고, 에너지와 물류, 금융과 외교 질서까지 함께 흔들린다. 중동의 불길은 더 이상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국제사회 전체가 그 비용을 나눠 지게 된다. 문제는 단지 군사행동의 규모가 아니다. 절차와 통제의 문제다. 미국 헌법 제1조 8항은 전쟁선포권을 의회에 부여하고, 제2조 2항은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로 규정한다. 또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은 대통령이 군사행동을 개시할 경우 48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DL이앤씨 직원의 볼펜형 카메라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4월 10일 입찰 마감 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입찰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현대건설 측이 문제를 제기했고, 조합은 절차를 한때 중단한 뒤 긴급 이사회를 열었다. 이후 조합은 DL이앤씨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면서도 시공사 선정 절차는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압구정5구역은 1397가구 규모, 사업비 1조5000억원 안팎의 대형 정비사업이다. 법적 책임과 세부 사실관계는 더 가려져야 한다. 실제 촬영이 이뤄졌는지, 어느 범위까지 문제가 있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이 사안을 단지 “입찰은 계속 간다”는 행정 절차의 문제로만 축소해선 안 된다. 강남구청이 개봉 뒤 조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입찰 무효 사유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윤리적 정당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살아남는 것과 기업으로서 떳떳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공자는 “비례물시(非禮勿視), 비례물동(非禮勿動)”이라 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경계다. 정비사업 수주전은 설
김차웅 기장향교 원임 장의, 수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산물로, 역대 대통령 부부가 매년 설·추석 명절에 보내는 선물에도 종종 포함될 정도로 인기 있는 기장미역은 많은 이들이 맛을 칭송하지만 시원(始原)을 아는 이는 드물다. 기장미역의 전신(前身)은 조선시대에 화사을포(火士乙浦)라고 불리던 고리마을의 돌미역에서 시작되어 구한말까지 팔도강산 식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이름은 화포미역이었다. 화사을포의 준말인 화포(火浦)는 그 이름처럼 ‘봉화대가 있던 포구’라는 뜻이다. 그러나 찬란했던 화포라는 이름은 일제강점기라는 격랑 속에서 서서히 빛을 잃어갔는데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경향 각지의 특산물을 조사하면서 인지도가 높은 행정구역명으로 통합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기장미역, 기장붕장어, 기장갈치 등 화사을포리의 정체성을 담고 있던 화포미역이라는 고귀한 이름은 지명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깊숙이 묻히고 말았으니 이 고장 출신으로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고리마을의 지명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엔 고래가 있었다. 마을의 명소인 ‘고랫간’은 문자 그대로 고래들의 안마당이었는데 고래들이 드나드는 길목이다 보니 옛사람들이 그렇게 부른 것 같다. 기장의 향토지인
김두호 성균관 원임 전인·원임 윤리위원·원임 감사 살아가며 가장 지키기 어려운 신념인 정직(正直)에 대해 국어사전은 ‘마음에 거짓이나 꾸밈이 없이 바르고 곧음’이라 표현하고, 정의(正義)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라고 설명한다. 『사자소학(四子小學)』에는 「행필정직 언즉신실(行必正直 言則信實)」이라고 하여 ‘행동은 반드시 바르고 곧게 하고, 말은 미덥고 성실하게 하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도 전해오며 악의(惡意)를 떨치고 귀감(龜鑑)이 되도록 격려해왔다. 한편으로 요즘처럼 어지러운 세상에서 올곧은 모습을 보이는 이가 있으면 ‘정의를 위한 의기가 있다’라고 여겨 ‘의(義)롭다’고 칭찬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불의(不義)하다’라고 하여 누구도 본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상식으로 알고 있다. 근자(近者)에 유림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가지 부정(不正)과 망언(妄言), 폐해(弊害)에 관한 소식들이 들리고, 인생을 정직하고 정의롭게 살아오신 어른들이 “유림이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느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는데 그게 되겠느냐?” 등의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계시니 선배 어른들을 모시고, 후배들을 이끌며 나아가야
서울 문묘 성균관은 국왕의 명에 의해 1398년(태조 7) 음력 7월 수도 한양의 동부(東部) 숭교방(崇敎坊)의 지금 위치에 건립된 이래로 한국 유교의 성지이자 한국전통문화의 상징으로 보존되어 왔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의 무수한 일들을 겪으며 때로는 대부분의 건물이 불에 타 없어지기도 했고, 국가의 존재가 사라져 아무도 돌보는 이가 없을 때도 있었지만, 오직 공부자를 비롯한 성현의 가르침을 받드는 유림만이 사명감을 가지고 이곳을 지켜왔기에 지금은 유교의 종주국이었던 중국에서조차 사라졌던 석전(釋奠)과 일무(佾舞) 등의 의례와 유산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이어오고 있다. 성균관에서 이뤄진 모든 의례는 각종 문헌에 세부적인 내용까지 명시되어 지금도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태학지』, 『국조오례의』 등의 자료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심지어 성균관 석전의 음복주에 사용하는 쌀의 수량까지 국왕이 결정할 정도로 엄격한 통제와 질서 준수가 필수였다(본지 기사 「석전(釋奠) 음복주를 만드는 쌀의 수량까지 국가가 정했다」 /news/view.php?no=88189 참조). 그러므로 아무리 현대에서 예법을 편의대로 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성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백내장 수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인공수정체 선택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시력 회복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술인 만큼, 수술 전 충분한 정보 확인과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백내장은 눈 속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릿해지고, 빛 번짐이나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큰 불편이 없을 수 있으나, 진행될 경우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치료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수정체는 구조와 기능에 따라 여러 종류로 구분되며, 각각의 특성에 따라 기대할 수 있는 시력 범위나 사용 편의성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정 거리의 시력 개선을 중심으로 하는 방식부터 다양한 거리의 시야를 고려하는 방식까지 선택지가 존재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동일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개인의 눈 상태나 시력 조건, 생활 환경 등에 따라 체감되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술 이후에는 일정 기간 동안 시력에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으며, 빛 번짐이나 대비감 변
일상생활을 마비시키는 만성 편두통과 세상이 빙빙 돈다고 느끼는 어지럼증은 현대인들이 흔하게 겪는 고통 중 하나다. 많은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면 뇌 질환을 의심하고 신경과를 방문해 MRI나 CT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검사 상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음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우리가 확인해야 할 것은 뇌로 가는 혈류와 신경의 통로인 목(경추)의 정렬 상태, 즉 신체 불균형이다. 의학적으로 두통과 어지럼증은 경추의 부정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거북목이나 일자목처럼 목의 곡선이 무너진 상태가 되면, 머리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목과 어깨 주변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긴장한다. 이 과정에서 근육 사이를 지나가는 후두신경이 압박받거나 뇌로 향하는 혈관의 흐름이 방해받으면서 이른바 ‘경추성 두통’과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것이다. 이는 머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머리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균형이 깨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어지럼증의 경우, 귀 내부의 반고리관에서 이석이 이탈해 발생하는 이석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석증은 머리의 위치가 변할 때마다 짧고 강한 회전성 어지럼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환자에게 극심한 공포심을 안겨준다. 문제는 평소 경추 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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