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잠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는 수면장애와 무기력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도 열대야가 불면증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취침 전 과식과 음주, 카페인을 피하고 수면환경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생활 관리가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 과도한 땀으로 기운과 체액이 소모되면서 신체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다고 본다. 유교신문은 하봉수 선명한의원 원장을 만나 열대야 불면증과 무기력증의 원인, 한의학적 치료 접근법을 들었다.
Q. 여름철 불면증과 무기력증이 함께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몸이 계절 변화에 맞춰 기혈의 흐름을 조절한다고 봅니다. 한여름에는 강한 더위에 대응하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게 됩니다.
땀을 흘리는 과정에서 수분뿐 아니라 몸의 기운과 진액도 함께 소모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낮 동안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기운이 부족해진 기허 상태로 설명합니다"
Q. 기운이 떨어지는 현상이 불면증과도 연관이 있다던데?
"한의학에서는 심장과 신장의 기운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몸의 열과 수분 순환을 조절한다고 봅니다. 이를 수승화강이라고 합니다. 균형이 흐트러지면 머리와 가슴에는 열감이 나타나는 반면, 아랫배나 손발은 차갑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거나 몸은 피곤한데 정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증상도 생길 수 있습니다. 밤에 충분히 자지 못하면 낮 동안 피로와 무기력감이 심해집니다. 다시 밤잠을 설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Q. 여름에 보약을 먹으면 몸에 열이 오르거나 약효가 땀으로 빠져나간다는 말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처방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환자의 체질과 건강 상태를 살피지 않고 무조건 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린 뒤 기력이 떨어지고 식욕 부진이나 피로가 이어진다면 상태에 맞는 처방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계절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의 허실과 체질, 현재 증상을 함께 확인하는 것입니다"
Q. 환자 내원 시 구체적인 치료법을 예로 든다면?
"먼저 불면과 무기력증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확인합니다. 수면 시간과 각성 횟수, 땀의 양, 식욕, 소화 상태, 체온 변화 등도 함께 살핍니다. 진료 결과에 따라 소모된 기운과 진액을 보완하는 한약을 처방하고, 긴장된 신체 상태를 이완하는 데 목적을 둔 약침 치료를 적용합니다. 뇌파와 신경계 안정을 유도하는 브레인 치료를 병행하기도 합니다. 치료 방법과 기간은 증상의 정도와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열대야에 숙면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실천할 방안이 있다면?
"취침 직전 과식과 음주를 피하고, 오후 늦게부터는 카페인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씻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냉방기를 지나치게 낮은 온도로 설정하기보다 잠들기 편한 수준으로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Q. 정말 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마무리하며 독자들에게 한말씀 한다면?
"여름철의 일시적인 피로라고 생각해 장기간 방치하면 일상생활의 집중력과 신체 회복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과 수면환경을 바꿨는데도 불면이나 무기력증이 계속된다면 원인을 확인해야 합니다. 심한 코골이나 수면 중 호흡 이상, 견디기 어려운 낮 졸림이 동반될 때는 수면무호흡증 등 다른 수면장애 여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치료를 선택할 때는 특정 치료법만 고집하기보다 자신의 체질과 기저질환, 복용 중인 약 등을 의료진에게 충분히 알리고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 원장의 설명은 옛사람들의 여름나기와도 맞닿아 있다. 조선시대 선조들은 관료는 잠시 공무에서 벗어나 숨을 골랐고, 선비는 독서와 교유로 마음을 다스렸다. 농민은 김매기를 마친 뒤 호미를 씻어 걸고 이웃과 음식을 나누며 몸을 쉬게 했다.
무더위를 무작정 견디기보다 제때 일손을 놓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았던 것이다. 열대야 속에서 수면과 생활의 리듬을 지키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건강한 여름나기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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