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4 (금)

  • 맑음동두천 27.9℃
  • 구름많음강릉 24.6℃
  • 소나기서울 28.5℃
  • 흐림대전 27.3℃
  • 흐림대구 31.0℃
  • 흐림울산 28.1℃
  • 소나기광주 27.5℃
  • 구름많음부산 27.9℃
  • 구름많음고창 27.3℃
  • 구름많음제주 28.0℃
  • 구름많음강화 26.8℃
  • 흐림보은 25.6℃
  • 흐림금산 28.1℃
  • 구름많음강진군 28.8℃
  • 흐림경주시 29.0℃
  • 흐림거제 26.8℃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최보기의 溫故而知新】 가장 나쁜 놈은, 착한 척하는 나쁜 놈 향원이다

지방에서 조그만 펜션을 운영하는 지인이 엊그제 펜션 시작 이래 최악의 불경기라며 하소연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잦은 만실에 7, 8월 한여름에는 방이 없어 예약을 못 받았는데 올해는 빈방이 더 많다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동네 단골 정육점 사장도 올해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아닌 게 아니라 동네 주변을 돌다 보면 닫힌 문에 ‘임대’를 내건 가게가 예전보다 많이 보인다. 동네 장사가 안 된다는 말은 곧 돈을 써야 할 이웃 역시 지갑이 비었다는 말이다.

 

매스컴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로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여 직원들에게 수억 원씩 보너스를 뿌린다고 호들갑인데 그저 먼 동네 잔치일 뿐 내 통장에는 신사임당은커녕 세종대왕 한 장 보내주지 않는다. 주가가 단군 이래 최대로 오른다며 6.25 난리는 난리도 아닌 터라 가만히 있으면 나만 바보 되나 싶어 없는 돈 끌어모아 주식에다 걸었는데, 레버리지라는 이상한 놈 때문에 주식 시장이 경마장보다 예측이 어려운 돈 놓고 돈 먹기 도박장이 돼버려, 거름 지고 장에 따라갔던 서민과 취업난으로 허덕이는 청년들만 쌍코피를 흘린다. 주가가 치솟을 때는 자기 탓이라며 서로 공을 내세우던 정치인, 고위 관료들이 막상 시장이 난장판이 되자 책임지는 자 하나 없이 잽싸게 얼굴을 숨기고서 ‘입꾹닫’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국민의 삶을 보살피라고 정치가 있고, 정치인을 뽑는 거라면 현재 대한민국은 ‘정치실종시대’임이 분명하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당대표 뽑는다고 자기들끼리 진흙탕 싸움에 여념이 없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당내 주도권 싸움으로 멱살잡이나 하고 있을 뿐 어려운 국민의 삶은 안중에도 없다. 판국이 이러한데 어떤 자가 감히 다수결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했는가. 사익을 챙기려고 세계를, 국민을 전쟁판으로 몰아가는 외국 정치 지도자들의 패악을 보고도 그런 헛소리를 뇌까릴 수 있을까?

 

민주주의의 텃밭이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지혜롭고 덕이 있는 사람, 사익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며 철인(哲人)정치를 주장했던 것은 아테네의 민주정이 정치인의 선동으로 타락했기 때문이었다. ‘브루투스 너마저!’를 마지막 비명으로 남겼던 로마제국의 설계자 카이사르가 원로원의 공화정 대신 황제가 통치하는 제정을 기획했던 까닭은 국력은 세계로 뻗어가는데 콩이다 팥이다 토론으로 밤새우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는 원로원 체제로는 그런 로마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다수결은 무조건 선이고 정의인 것이 아니라 최선이 아닌 차선, 최악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대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공자께서는 겉은 그럴싸하나 속은 형편없는 사람, 교언영색으로 속이는 사람이 소인이자 좀도둑이라며 “덕(德)의 적은 향원(鄕原)”이라고 일갈, 가짜 정치인을 가장 미워하고 경계했다. 맹자께서 향원은 ‘비슷한 듯하지만 아닌 것 즉 사이비(似而非)’라고 덧붙였다. 향원은 겉으로 특별히 드러나는 비리가 없어 뭇사람에게 평판이 좋지만 속을 알고 보면 정의를 위해 행동하지 않고, 더러운 세상에 영합함으로써 오히려 덕을 어지럽히고 선과 정의를 오염시키는 사람이다. 벼 사이 가라지요, 알곡 사이 쭉정이인데 이들을 칼같이 가려내 아궁이에 넣고 태워버리지 않으면 결국에는 곡식 창고가 부실해져 백성은 굶주림을 면치 못한다. 진심으로 국민과 나라를 먼저 걱정하고 챙기는 진짜 정치, 알곡 정치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야기가 또 공자까지 올라가 버렸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