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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마주한 '팬덤 주주 시대'…엔터기업이 새겨야 할 신뢰의 원칙 [기자수첩]

알파드라이브원 팬덤 행동, 개별 논란 넘어 콘텐츠 기업 전반의 소통·관리 체계 점검 요구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고 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은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는 뜻이다. 나라의 근본이 백성에게 있듯, 오늘의 대중문화 기업도 팬덤이라는 기반 위에 서 있다.

 

지난 7일 서울 상암동 CJ ENM 사옥 앞에 트럭이 섰다. 보이그룹 알파드라이브원(ALPHA DRIVE ONE·알디원)의 공식 팬덤 앨리즈(ALLYZ)가 마련한 트럭 시위였다. 이날은 CJ ENM의 2026년 1분기 실적 공시일이었다. 팬덤은 트럭 시위와 커피차 응원, 배너 게시를 함께 진행했다.

 

요구는 분명했다. 알파드라이브원 8인 체제 유지, 멤버 건우(김건우)의 그룹 활동 재개, 온라인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법적 대응이었다. 팬덤은 소액주주 연대 참여 규모 1,026주와 소비 중단 서명 참여 금액 약 22억 3,234만 원도 공개했다. 이는 팬덤 측 자체 공개 수치다.

 

이번 행동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었다. 실적 발표일에 맞춘 공개 압박이었다. 경제지 광고와 소액주주 연대, 소비 중단 서명까지 결합했다. 팬덤이 기업의 매출과 주가, 평판 리스크를 동시에 겨냥한 셈이다.

 

사안의 발단도 짚어야 한다. 웨이크원은 지난 4월 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건우 관련 논란에 대해 설명했다. 소속사에 따르면 건우는 데뷔 전 콘텐츠 촬영 현장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임을 인지하지 못한 채 부적절한 표현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해당 발언은 특정인을 향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이 아닌 혼잣말 형태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다만 웨이크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사과했다. 사건 직후 제작진에 사과했고, 상호 소통으로 마무리된 사안으로 판단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 온라인에서 사실과 다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식 입장을 냈다는 것이다.

 

웨이크원은 본 사안 외 현재 온라인에서 제기되는 여러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건우의 활동 중단은 본인이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힌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건우 역시 자필 편지를 통해 성숙하지 못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소속사의 반론은 존중돼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정 멤버를 향한 무분별한 공격도 경계해야 한다. 팬덤의 요구가 모두 옳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가 남긴 문제의식은 가볍지 않다. 팬덤은 건우 개인의 발언만을 문제 삼고 있지 않다. 초기 대응 지연, 판단 기준의 불투명성, 아티스트 보호 체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웨이크원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아티스트 관리 체계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소통과 관리 방식에 보완할 지점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대목으로 읽힌다.

 

순자는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라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때로는 배를 뒤집는다는 뜻이다.

 

콘텐츠 기업과 팬덤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팬덤은 음반을 사고, 공연장을 채우고, 온라인 화력을 만든다.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핵심 기반이다. 다만 신뢰가 무너지면 같은 팬덤은 불매, 광고, 주주 연대, 여론전으로 돌아선다.

 

지금의 팬덤은 감정적 소비자 집단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 일정을 읽고, 자본시장 문법을 활용하며, 언론 광고를 집행한다. 소액주주운동의 형식까지 끌어온다. 팬덤이 주주가 되고, 소비자가 감시자가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CJ ENM과 웨이크원이 새겨야 할 대목은 여기에 있다. 팬덤을 달래야 할 대상으로만 보면 사태는 반복된다. 팬덤을 무조건 이겨야 할 상대로 봐도 해법은 없다. 팬덤은 콘텐츠 산업의 실질적 이해관계자다. 그들의 신뢰가 곧 기업의 자산이다.

 

문화산업의 경영 리스크는 이제 제작비, 흥행, 글로벌 경쟁만이 아니다. 팬덤 신뢰의 훼손 자체가 리스크다. 해명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아티스트 보호 원칙은 일관돼야 한다. 허위사실에는 단호해야 하지만, 정당한 문제 제기에는 귀를 열어야 한다.

 

‘근본을 바로잡아야 흐름이 맑아진다(正本淸源)’고 했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한 멤버의 실언 논란에만 있지 않다. 콘텐츠 기업이 팬덤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있다.

 

기업은 팬덤의 모든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납득 가능한 설명은 해야 한다. 원칙 있는 판단도 보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아티스트를 보호하면서도 팬덤을 존중하는 균형감이 필요하다.

 

팬덤이 주주가 되는 시대다. 콘텐츠 기업이 그 변화를 읽지 못하면, 물은 더 이상 배를 띄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뢰를 잃은 배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CJ ENM과 웨이크원이 지금 들어야 할 경고는 바로 이것이다.

 

■ 관련기사: CJ ENM 1분기 실적 발표 일에 “알디원 건우 복귀 요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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