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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거대 통합’의 그늘… 논공행상(論功行賞) 갈등과 위태로운 고객 신뢰 [유교경영리포트]

입사일 vs 전역일, 엇갈리는 시니어리티 기준에 내부 진통 
VIP 실명 거론 브리핑 논란… 고객 정보 관리는 ‘예(禮)’와 ‘신(信)’의 척도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으로 가기 위한 진통인가?

 

맹자(孟子)는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고 역설했다. 아무리 거대한 규모의 합병이라 할지라도 내부의 화합(人和)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조종사 시니어리티와 임금 격차, 그리고 내부 정보보안 문제를 둘러싼 파열음이 심상치 않다.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가장 민감한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조종사 서열, 이른바 ‘시니어리티’ 문제다. 사측은 통합 이후 직원 시니어리티 기준을 각 항공사 입사일 순으로 정하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장의 기류는 복잡하다. 일부 조종사들 사이에서는 군 경력 조종사의 전역일을 기준으로 서열을 보정하는 방안이 내부에서 거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민간 출신 조종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양사의 상이한 채용·승격 구조도 갈등의 불씨다. 대한항공은 일정 수준 이상의 비행경력을 요구해 경력직 위주로 조종사를 채용해 온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행시간 기준으로 선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내부에서는 군 출신 조종사가 민간 출신보다 기장 승격에서 유리한 구조였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차이가 통합 시니어리티 산정 과정에 무비판적으로 반영될 경우,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할 인사 기준이 오히려 양사 내부의 형평성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임금과 성과 보상에 대한 동상이몽(同床異夢)도 여전하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대한항공 수준의 임금 체계 반영을 요구하는 반면,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막대한 통합 비용과 임금 격차 해소 부담이 기존 직원들의 보상 개선을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불만이 제기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와 맞물려 추진된 국가적 중대사다. 당시 산업은행의 개입이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조원태 회장 측 지배력 안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를 단순한 특혜로 단정 짓기보다는 정책금융과 민간기업 지배구조가 맞물린 특수한 사례로 보는 것이 적절하나, 국가 자금이 투입된 만큼 통합 항공사는 더 엄격한 공공성과 경영 투명성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와중에 불거진 ‘정보보안 논란’은 기업 윤리의 현주소를 묻게 한다. 최근 제보에 따르면, 대한항공 내부 사무장 대상 브리핑 과정에서 특정 대기업 총수의 실명이 다수 참석자 앞에서 거론되었고, 이를 계기로 VIP 고객 응대 방식 변경이 논의됐다는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해당 브리핑에서는 회사 내부 기준상 주요 VIP 고객군에 대해 기존 담당 승무원이 아닌 사무장이 직접 인식 서비스를 수행하도록 절차를 바꾸는 방안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서비스 질 강화 차원으로 포장될 수 있으나, 고객의 식별 정보 공유 범위가 불필요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개인정보보호 위반 논란을 야기한다.

 

정보보호의 핵심은 필요한 범위 안에서 최소한의 정보만을 취급하는 데 있다. 특정 고객의 실명이 다수에게 공유됐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접근권한 통제와 최소처리 원칙이라는 기본을 망각한 처사다.

 

일찍이 옛 성현(聖賢)들은 예(禮)를 두고 선을 넘지 않는 ‘경계의 질서’라 하였고, 신(信)은 관계를 지탱하는 ‘절대적 가치’라 역설했다. 고객의 정보는 단순한 서비스 고도화의 수단이 아니라, 기업이 마땅히 지켜야 할 신뢰의 성역(聖域)이다. 무분별한 정보 공유가 결코 품격 있는 서비스로 직결되지 않는다.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무겁게 여기고 철저히 보호하지 않는다면 기업을 향한 시장의 굳건한 믿음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은 대한민국 항공산업 재편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다. 두 집안이 만나 하나의 법도를 세우는 과정에서 잣대는 투명해야 하고, 기준은 공명정대해야 한다. 조종사 서열과 임금 체계에 대한 합리적 조율, 그리고 철저한 고객 정보 관리 원칙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조직 내부의 갈등은 만성화될 것이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단순한 인사 기준이나 브리핑 방식의 오류에 그치지 않는다. 통합 거대 항공사가 과연 어떤 철학으로 직원을 대하고, 어떤 윤리적 기준으로 고객을 모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대한항공 경영진이 눈앞의 통합 절차나 권위주의적 서비스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진정한 ‘정도(正道) 경영’의 해법을 내놓을지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대한항공 측의 해명을 듣고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사측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추후라도 대한항공 측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반론을 제기해 올 경우, 이를 검토하여 기사에 반영할 방침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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