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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윤리적인 삶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합니다”- 세계적 윤리학자 피터 싱어 토크콘서트

-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윤리적인 삶 살기(Living an ethical life)’ 주제로 진행
- 『동물해방』의 저자 피터 싱어 명예교수와 청중이 현대 사회의 윤리적 쟁점들에 대해 논의
- AI(인공지능), 종 차별주의(Speciesism), 동물해방 등의 다양한 개념을 통해 대화 전개

 

 

 

 

 

 

 

 

 

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지난 4월29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인문사회과학캠퍼스 600주년기념관 조병두홀에서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의 거두 피터 싱어(Peter Singer)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명예교수를 초청해 ‘Living an Ethical Life(윤리적인 삶 살기)’ 주제의 특별 토크콘서트를 개최했다.

 

현대 윤리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피터 싱어 교수는 1946년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태어나 멜버른대학교, (영국) 옥스포드 유니버시티 칼리지를 졸업한 후 호주 모나쉬대, 미국 프린스턴대, 호주 멜버른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 무신론(無神論, Atheism)의 관점으로 윤리적 문제에 접근해 왔다.

 

1975년 발간된 저서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이 동물의 권리에 대한 철학적 논의를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공헌하며 현대 동물권 운동의 이론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 1995년 한국에서도 번역본이 출간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책에서 그는 “인간이 동물들에 대해 하는 모습은 한 개체가 어떤 종(種)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차별하는 것이며, 이런 태도는 어떤 인종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개인을 차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부도덕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하여 동정심의 마음으로 바라보던 시각을 뛰어넘어 동물도 인간과 같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존재임을 부각시켰다.

 

2021년에는 ‘철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베르그루엔상(Berggruen Prize)을 수상하며 수억 원에 달하는 상금 전액을 빈곤 퇴치와 동물 보호 단체에 기부해 학문적 신념을 몸소 실천했으며, 생명윤리학에 대한 새로운 관점은 많은 관심과 상당한 논란을 동시에 일으키며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각 대학에서의 강연과 언론 인터뷰 등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과 마주하며 현대 사회가 직면한 기후 위기, 빈곤, 동물권 등 복합적인 윤리적 쟁점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프로그램은 환영사, 기조 강연, (사전접수 질문을 바탕으로 한) 심층 대담, 자유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유지범 성균관대 총장은 환영사에서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윤리철학자 중 한 명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피터 싱어 교수의 저작은 학문적 담론을 형성하는 동시에 개인과 사회가 윤리, 책임, 그리고 우리가 열망하는 삶의 방식을 재고하도록 이끌었다. 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더 넓은 글로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윤리적 삶을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진심으로 성찰해 주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의미 있고 영감을 주는 강연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삶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부터 시작하며 기조 강연에 나선 피터 싱어 교수는 18세기 스코틀랜드 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 1711-1776)과 독일 철학자 이마뉴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의 대표 명언들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리적 주관주의와 윤리적 상대주의, 즉 객관주의의 또 다른 형태에 대해 영국이 식민통치하던 시절에도 인도에 존재하던 사티(Sati)를 예로 든 설명에서는 “남자가 죽으면 시신을 화장(火葬)하는 관습이 있어 크고 높은 장례용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시신을 안치했는데 기혼 남성의 경우에 미망인은 남편의 시신과 함께 장례용 제단에 몸을 던져 화장되는 것이 관례였다”고 소개하고, 이를 막았던 찰스 네이피어(Charles Napier, 1782-1853) 인도 총독이 오랜 관행을 허용해달라는 원로들의 요청에 대해 “여성을 불태우면 영국의 관행대로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제지했던 일화도 언급했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사진을 통해 얕은 연못에 아이가 빠져있는 모습을 공유하고, 익사(溺死)할 위험에 처해 있는 아이를 보게 되었을 때에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질문한 후에 지난 1800년에는 43%에 달했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2023년에는 3.7%로 급감했지만 여전히 매년 세계적으로 490-500만 명의 해당 연령 사망자가 발생되고 있다고 밝힌 피터 싱어 교수는 AST 말라리아 재단이라는 단체를 통해 활동을 지원하는 법을 소개했다.

 

이후부터는 『동물해방(Animal Liberation)』 책을 통해 동물의 권리에 대한 자각과 새로운 시각을 불러일으켰던 당사자답게 ‘비인간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것(reducing the suffering of non-human animals)’에 대해 본격적인 이야기를 전개했다.

 

인간이 식용으로 기르고 도축하는 동물이 약 2천억 마리, 연구 과정에서 희생되는 동물이 매년 약 200만 마리라고 설명된 후에는 닭, 돼지 등의 동물에 대한 고통스러운 공장식 사육환경이 소개되었고, “윤리적인 삶을 위해서는 이를 피하고 가능하면 더 인도적인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거나 물론 아예 피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자 윤리적인 삶의 방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이고, 왜 윤리적으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의 중요한 부분인가(what it is to live well and why living ethically is an important part of living well)를 설명하는 곳에서는 비싼 제품 구입에 돈을 쓸 수 있는 지위 과시적인 삶의 방식은 결국 감소하고, 완전히 사라지게 되니 가치와 목표를 보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설립한 단체인 「Life You Can Save」(https://www.thelifeyoucansave.org)의 자원봉사 및 기여자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윤리적인 삶을 살면서 윤리적인 진로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80,000시간 웹사이트」(https://80000hours.org) 방문을 추천하는 것으로 기조 강연은 마무리되었다.

 

(사전접수 질문을 바탕으로 한) 심층 대담은 성균관대학교에 미리 설치된 수집함을 통해 접수된 130개의 질문 중 9개가 선정되어 제시되었다.

 

①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되는 인공지능(AI)을 윤리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②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그에 따라 행동하지 못하는 것에 관련하여 진정한 윤리적 행동을 유도하는 데 있어 도덕적 설득과 구조적, 제도적 강화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가? ③동물 해방, 세계 빈곤 퇴치, 환경 보호와 같은 대의에 강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어려운데 학생들이 도덕적 신념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실질적인 조언은 무엇인가? ④절대적인 선과 정의가 존재한다고 믿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러한 객관적인 도덕이 당신의 관점과 다를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절대적인 선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⑤모든 인간의 생명은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여겨져야 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잠재적 기여도를 고려하는 것이 정당할까? 생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⑥공자의 제자가 제물로 바쳐진 어린양을 불쌍히 여기는 유명한 구절이 있는데 제례의 중요성과 같은 문화적으로 중요한 덕목과 동물의 고통에 대한 도덕적 관심 사이의 긴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 만약 당신이 공자의 제자였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했을 것 같은가? ⑦만약 지속적인 민족주의와 세계적 불평등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진정한 양자 정치주의적 접근 방식이라면 당신은 무엇이 궁금한가? ⑧인간관계나 사회적 기여보다 물질적 행복을 우선시하는 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리고 개인이 자신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을 걱정하는 것을 정당화할 도덕적 이유는 무엇인가? ⑨당신의 견해의 핵심은 우리가 이성을 사용하여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의 이성적 사고 능력 자체가 생존과 번식에 의해 형성된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면 어떻게 우리가 당신이 묘사한 도덕적이고 공정한 관점으로 우리를 이끄는 데 있어 그 신뢰성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또는 근본적으로, 진정으로 객관적인 도덕적 진실과 고도로 정의된 진화를 반영하는 판단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각 질문마다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힌 피터 싱어 교수는 특히 유교 철학을 전공하는 학부생이 『논어』 「팔일(八佾)」 편의 ‘子貢이 欲去告朔之餼羊한대 子曰 賜也아 爾愛其羊가 我愛其禮하노라(자공이 초하루에 고유하며 바치는 희생양을 없애고자 하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야,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를 아낀다”)’는 부분을 인용했던 6번 질문과 관련하여 “좋은 질문이다. 자비심이 중요하고, 모든 존재에 대한 자비심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의식을 위해 희생양의 고통에 마음을 닫아버린다면 다른 고통에도 무관심해질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의식이 그토록 중요한지 알고 싶다. 만약 그 답이 의식이 사회를 하나로 묶어준다는 식이라면 우리는 다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의식을 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이니... 열정을 쏟는 주제에 고통을 주지 않으면서 함께 실천할 수 있는 다른 의식을 찾을 수 있고, 일부 사회에는 여전히 그런 관습이 남아있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와 서구 사회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의식을 폐지했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프로그램으로 간주하고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결속시키고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직접 자리한 참석자들과의 자유토론에서는 ‘고통의 평가 기준은 무엇인가?’ ‘동물의 고통을 고려해야 한다면 인간도 야생에서 포식과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연에 개입할 책임이 있나?’ ‘한국처럼 비교적 집단주의적인 사회에서는 채식주의나 비건주의(Veganism, 단순히 식습관에 국한된 개념을 넘어 동물의 착취와 학대를 가능한 한 배제하려는 삶의 철학이자 방식)를 실천하기가 상당히 어렵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적대감, 판단, 배척에 많이 직면한다. 한국이나 동아시아 국가들처럼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거나 중간 정도인 사회에서 이러한 식습관을 실천하고 연간 소비를 줄이도록 설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자본주의와 해방의 종말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비건주의에서 왜 대체육(代替肉,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의 형태로 하여 착취당한 동물들의 맛을 재현하려고 하는 건가? 이런 접근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다양한 내용들에 대해 질문과 피터 싱어 교수의 답변이 이어졌다.

 

대략의 일정들이 진행된 후에는 일종의 깜짝쇼처럼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사전에 제출했던 질문들을 모아 만든 책인 『THE WORDS WE CAN SHARE』가 피터 싱어 교수에게 증정되었고, 입장 선착순 200명에게 무료 증정되었던 책에 적혀 있던 번호를 피터 싱어 교수가 임의로 발표하여 총 20명의 참석자를 선정한 후 그들에게 피터 싱어 교수가 직접 서명을 해주는 과정을 끝으로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었다.

 

‘500여 개의 좌석이 마련되었다’는 행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으나 자리를 구하지 못하여 바닥에 앉아서 듣거나 노트북으로 열심히 기록하는 학생들도 많았을 정도로 큰 성원을 이뤘던 이날의 행사는 대학이라는 학문의 전당(殿堂)에서 실력뿐만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지향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을 함축하는 자리였다.

 

“예전에 비해 버릇이 없다” “고생하지 않아서 어려운 줄을 모른다” “인성교육이 안 되어서 우리나라가 이 모양이 되었다”는 기성세대와 어른들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으나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을 뚫고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동시에 윤리적으로도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음을 우리 어른들도 인식하며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노력들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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