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화취실(去華就實)’,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버리고 내실을 취한다는 고전의 지혜가 작금의 대학 입시 판도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맹목적으로 ‘인서울(서울 소재 대학 진학)’만을 외치던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간판이라는 허울 대신 합격 가능성과 졸업 후의 진로라는 ‘실익’을 향해 냉철하게 뱃머리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진학사가 발표한 2022~2026학년도 수험생 데이터 분석 결과는 이러한 입시 지형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명확한 수치로 증명한다. 2025학년도까지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던 수시 ▲서울권 지원 비율은 2026학년도 들어 전년 대비 5.0%p 급감한 18.8%로 내려앉았다. ▲수도권 역시 7.5%p 하락(47.9%→40.4%)하며 오름세가 꺾였다. ▲정시에서도 서울권(33.1%→31.0%)과 수도권(55.9%→54.4%) 모두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더욱 괄목할 만한 대목은 서울 소재 고교 학생들의 행보다. 이들의 ▲서울권 수시 지원 비율마저 전년 대비 4.0%p 감소했다. 이른바 ‘안방 사수’를 고집하기보다 지방 거점국립대나 특성화 학과로 시선을 돌리며 전국 단위의 분산 지원을 택한 것이다.
◇ ‘탈(脫) 서울’을 부추긴 복합적 변수들: 수능의 덫과 현실의 벽
입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단순히 서울권 대학의 매력이 떨어졌다기보다, 극한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실용적 전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요인은 단연 수능의 불확실성이다. ‘킬러 문항 배제’ 기조 속에서도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와 영어·탐구 영역의 체감 난도는 여전히 수험생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고배를 마시는 이른바 ‘수능의 덫’을 피하고자 적정과 안정 하향 지원을 섞는 전략이 대세가 되었다.
여기에 취업 한파 속에서 어설픈 서울 중하위권 대학보다 탄탄한 지역 거점국립대나 취업이 보장된 특성화 학과가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 더해졌다. 특히 의대 및 지방 거점대 위주로 폭폭 확대된 ‘지역인재전형’은 지방 수험생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으며, 살인적인 서울의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 역시 학부모들에게는 묵과할 수 없는 현실의 벽으로 작용했다.
◇ 성적은 ‘자존심’이 아닌 ‘데이터’… 3가지 핵심 학습 전략
이러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수험생의 공부법과 입시 전략 또한 ‘간판 지향’에서 철저한 ‘현실 지향’으로 재편되어야 마땅하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의 "수험생들이 막연한 기대보다 합격 가능성과 실제 진로를 고려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에 수험생과 학부모를 위한 세 가지 핵심 전략을 제언한다.
첫째, 목표 설정의 패러다임을 바꿔라: “전국 단위 최적 조합 도출”
‘서울이냐 아니냐’를 자존심의 잣대로 삼던 우물 안 개구리식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국 단위로 시야를 넓혀 전공 적합성, 지역인재 혜택, 등록금과 취업률 등을 종합적으로 점수화해 자신만의 상향·적정·안정 대학군을 편성해야 한다. 자신의 성적표를 냉정한 ‘데이터’로 받아들이고, 가장 이익이 되는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 자체가 이미 현대 입시를 관통하는 훌륭한 실전 공부다.
둘째, 공부 계획의 리스크를 분산하라: “상·적·안 비중에 따른 맞춤형 학습”
‘한 방’을 노리는 도박은 금물이다. 수시와 정시, 내신과 수능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거나 어느 한 곳에 올인하는 전략은 위험천만하다. 수능 최저의 불확실성이 크다면, 최저 기준이 없는 학생부 전형이나 지방 거점대를 적절히 섞어 리스크를 분산시켜야 한다. 목표 대학의 전형(학생부 중심, 논술, 수능 등) 비중에 따라 자신의 학습 시간을 냉철하게 쪼개고 배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셋째, 다가올 2028학년도를 읽는 공부를 하라: “결과에서 ‘과정과 기록’으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이 예고하듯, 입시의 무게 중심은 단순한 점수 줄세우기에서 ‘성장 이력과 전공 스토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무작정 문제집을 외우는 공부를 넘어, 내신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과 진로 활동, 독서 기록이 하나의 일관된 ‘전공 적합성’으로 꿰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맹목적인 ‘인서울’ 타이틀에 목을 매다 미달의 위험을 떠안기보다,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기회를 극대화하는 영리함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진정한 교육의 목표는 간판을 따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갈 단단한 내실을 다지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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