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026년 4월 국내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이른바 ‘학술용병’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가의 연구윤리와 세계대학평가 대응 방식이 도마에 올랐다.
조사 대상에는 QS 세계대학평가 상위권에 오른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포항공대, 성균관대, 한양대, UNIST, 경희대, DGIST, GIST, 세종대 등 국내 주요 대학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외국인 겸임·초빙 교원 제도의 실질성이다. 일부 대학이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높이기 위해 국내 체류나 강의, 공동연구 실적이 부족한 해외 고인용 연구자를 명의상 교원으로 등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른바 ‘학술용병’은 대학평가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다작 학자나 고인용 연구자를 형식적으로 영입하는 관행을 뜻한다. 실제 교육과 연구 교류보다 논문 실적과 피인용 수 확보에 목적이 있었다면, 이는 대학의 본령인 교육과 학문 탐구를 훼손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논란의 배경에는 세계대학평가 지표 구조가 있다. QS와 THE 등 주요 평가기관은 논문 피인용 수, 국제 연구 네트워크, 외국인 교원 비율 등을 평가에 반영한다. 논문에 복수 소속기관이 기재될 경우 대학 실적으로 잡힐 수 있는 구조도 있다. 이 때문에 대학들이 평가 지표 관리에 과도하게 치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외국인 겸임·초빙 교원 명단과 교육·공동연구·학술교류 실적 등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임용 절차와 실제 활동 여부, 연구 실적 산정의 적정성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사 방식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대학이 제출하는 서면 자료에 의존할 경우 실제 강의, 체류, 공동연구의 질적 수준까지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형식적 소명 절차에 그칠 경우 대학평가 대응 관행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QS의 자체 조사 가능성도 변수다. QS는 연세대와 고려대 등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이고 증거가 뒷받침된 문제 제기가 있을 경우 내부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부정행위가 확인되면 평가 자격 정지, 데이터 처리 방식 변경, 순위 제외 등의 조치가 가능하다.
선례도 있다. KAIST는 2025년 QS 설문조사 참여를 요청하며 해외 교수들에게 100달러 상당의 보상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진 뒤, 1년간 QS 세계대학평가에서 제외되는 제재를 받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대학 순위 경쟁 문제가 아니다. 학문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대학이 학문공동체라면, 이름만 빌린 연구 실적은 교육기관의 신뢰를 흔드는 일이다. 논어에는 “군자는 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학문 역시 이익과 순위보다 의로움과 진실성 위에 서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대학평가는 참고 지표일 수 있다. 그러나 평가가 목적이 되는 순간 대학은 교육의 본질을 잃는다.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를 축적하며, 사회에 지식을 환원하는 일이 대학의 근본이다. 순위 상승을 위해 실질 없는 교원 등재와 논문 실적 확보가 이뤄졌다면 이는 ‘학문’이 아니라 ‘거래’에 가깝다.
대학 측은 국제협력 확대와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일 수 있다. 실제 해외 연구자와의 협력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협력의 실질이다. 강의, 공동연구, 학생지도, 학술교류가 존재했는지 여부가 판단의 핵심이다.
교육부 조사는 대학평가 대응 관행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평가기관의 지표 구조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복수 소속 기재와 고인용 연구자 영입이 순위 경쟁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세계대학평가 자체의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학문은 이름을 빌려 세우는 것이 아니다. 실질로 쌓아야 한다. 이번 조사는 한국 대학들이 순위의 숫자보다 학문의 정직성을 먼저 세울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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